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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매일 출퇴근하며 방문하는 익숙한 도시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기분으로 오랜만에 주말 나들이를 나섰다.
특별한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Lush 로 들어가게 되었다.
매장 안을 가득 채운 익숙한 향과 화려한 제품들이 마치 나를 반겨주는 듯 했다.
둘러보던 중, 예쁜 직원이 다가와 "마사지 받아보시겠어요? (Would you like a massage?)" 라며 권했다.
손 마사지와 두피 마사지 두 가지 옵션이 있었고, 두 가지 모두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도 넉넉하기도 하고 요즘 집안일을 하느라 손이 거칠어져 신경 쓰였던 터라 망설임 없이 좋다고 했다.
그녀는 내 손을 정성껏 보듬어 주었고, 템플 마사지까지 이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점점 느긋해지는 기분이었다.
직원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사지에 사용된 제품 향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다른 Lush 향에 대해서도 말하며 "이런 향이 제 취향인가 봐요" 하고 가볍게 웃었다.
마사지가 끝난 뒤 그녀는 "Random Act of Kindness" 라면서 작은 선물을 건넸다.
내가 좋아한다고 했던 바로 그 향의 Bubble Bar (Sleepy Bubble Bar 200g £7) 였다.
무작위적인 친절 행위 (Random Act of Kindness) 는 1982년 Anne Herbert 가 캘리포니아의 식탁 매트에 "무작위적인 친절과 무의미한 아름다움 (random kindness and senseless acts of beauty)” 이라는 문구를 적으면서 만들어낸 개념이다.
Herbert 는 해당 문구를 바탕으로 책 <작은 친절, 이유 없는 선행 (Random Kindness and Senseless Acts of Beauty)> 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유 없는 친절, 아무런 대가 없는 따뜻함.
Bubble Bar 를 손에 쥐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사실 나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을 때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해서인지 그 이후로 소비를 줄이고 알뜰하게 사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그래서 오늘도 점심은 회사에서 단체로 시키고 남아서 가져온 김밥으로 해결하고, 쿠폰으로 마늘 3개를 30p (약 530원) 에 사고나서 Waitrose 에서 장을 보면 주는 무료 커피를 마시고, 회사에서 들어준 보험사가 제공하는 영화 티켓을 무료로 예매했다.
영화 보면서 사먹는 간식조차 아까워서 먹다 남은 감자칩을 챙겨 나왔던 하루였다 (+ 회사에서 들어준 카페 구독 서비스 덕분에 받은 공짜 음료).
그런 내가, 아무런 조건 없이 선물을 받게 되니 마치 그동안 내가 애써 아껴왔던 모든 순간들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 깊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소박하게 보낸 하루였는데 처음 들어간 매장에서 마주한 따뜻한 마음 덕분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감동과 행복을 줄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어 오늘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무작위적인 친절이 만들어낸 몽글몽글하고 특별한 아름다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