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of a South Korean Dreamer living in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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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23 June 2015

[생각]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故 송 재학

From 민경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민경이에요.

이번에 할아버지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많은 배움을 얻게 된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죽음인데 저는 아직은 어린가봐요.
장례식장에서 웃고, 떠들고,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귀한 이름을 개명하고 싶다고 절차까지 물어보고.
저질 체력으로 인해 몸이 자꾸 아파서 불평불만이 가득했던 저였어요.

입관하는 모습을 봤고 할아버지를 바로 앞에서 직접 뵈었을 때 저는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한국에 도착해서부터 기도드렸던 내용이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관련되었기 때문이었죠.
다른 사람들에게 왠지 실례라고 생각되어 그 앞에 서있는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게 여겨졌어요.
이런 제 이기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제 기도에 곧바로 대답을 해주셨네요.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은 몇년씩이나 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한 것이였죠.
남들이 보기에는 부럽기만 하겠지만 저는 철 없이 평범한 삶을 살게 해줄 수 없는 부모님을 많이 원망했어요.
고등학생때부터 지금까지 특히 부모님에게 제가 준 상처는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살며 남들에게 줄 수 있는 상처보다 몇배나 더 크다고 봐요.
결국에 부모님 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제 혼란스러운 상태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자 저는 제 자신과 이 세상을 탓하기 시작했어요.
제 속에 가득 찬 미움과 분노는 저를 염세주의자로 만들었고 그것도 모자라 저는 허무주의적 사고를 내제하게 되었어요.
제가 가진 고민에 대한 해답은 오로지 죽음 뿐이라는 몹쓸 생각도 하며 주어진 현실을 계속해서 도피하기만 했지요.

장례식장에서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어느 가족분이 먼저 제게 대화를 걸어주셨어요.
저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그 사람이 알아보셨는지 저보고 많이 힘들지는 않았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리고서는 그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나가기 시작했고 저와 비슷한 삶을 살으셔서 그런지 제가 가진 고민들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었어요.
저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고 할아버지 때문에 우는것으로 보이겠다는 말도 들었죠.
할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할아버지로 인해서 울은 것이라고 하면 믿으실건가요?
제가 드렸던 기도에 대한 대답을 돌려 받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신의 존재의 유무에 대해서 불확실한 저지만 그게 신의 은혜였던, 할아버지가 다른 형태로 제 앞에 나타나셨던, 아니면 또다른 어떠한 영혼이였던, 그건 상관 없었어요.
저는 그저 이 말을 듣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사실에 대해서 한치의 의심도 없었고 그랬기 때문에 저는 갑자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죠.

그 뿐만이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여겨졌고 무엇보다 제가 그런 할아버지의 손녀라는 사실에 대해 큰 자부심이 들었어요.
물론 저를 향한 부모님에 대한 사랑도, 그리고 RS이와 떨어져 있음으로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어요.

할아버지로 인해서 저는 제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된거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갈등, 고통, 공허함, 괴리감, 무가치, 번민, 상처, 적막함, 절망, 죄책감, 혼란 등 이 모든 어두운 과정에 대해 감사했어요.
이러한 고뇌의 시간으로 인해 제 삶이 더욱 풍요롭고 꽉 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제 삶이 갑자기 소중해졌어요.
다른 사람들을 용서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제 자신 또한 용서할 수 있게 되었고 여태까지 억압된 제 감정으로부터 해방된 최고의 기분을 맛보았죠.
엄마에게 저는 지금의 제 자신과 제 삶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는데 제게는 그게 얼마나 큰 성장인지 아시겠나요?

저는 드디어 emerge ((어둠 속이나 숨어 있던 곳에서) 나오다) 한 기분이에요.
다시 일어서는게 더욱 더 힘들거라는 것, 그래서 모든게 제 노력 하에 달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 때마다 저에게 주어진 이 특별한 경험 잊지 않고 헛되이지 않게끔 열심히 노력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진심을 다해 인생을 즐기는 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st in Peace.

손녀딸 김민경 드림
23 June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