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of a South Korean Dreamer living in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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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for Music ➜
Ocean Tank © 2025 min-whale

Saturday, 1 February 2025

1월의 조각들

2025년 새해 첫걸음, 마음과 일상의 교차점


'벌써' 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오세영, <2월>

어느새 올해의 첫 달이 지나갔는데 벌써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간 날도 있었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날도 있었다.
한 달 동안 크고 작은 소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다행인 순간들이 더 많았던 한 달이었다.

아일릿 · ILLIT, <Lucky Girl Syndrome> MV

[행운을 부르는 노래]

원래 J형 인간인 나지만, 새해 다짐 같은 건 하지 않는 편이다.
지키지 못했을 때 내 자신을 몰아붙이는 성격이라 차라리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해를 여는 첫 곡만큼은 꽤 신중하게 신경을 쓰게 된다.
왠지 모르게 그 노래가 그 해의 분위기를 정리해 줄 것 같고, 내 일상에 스며들어 작은 표지가 되어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올해의 첫 곡은 고민 끝에 아일릿 · ILLIT 의 <Lucky Girl Syndrome> 을 선택했다.
작년에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아일릿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런 소란과는 별개로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새해의 시작을 함께하고 싶었다.
노래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내 마음가짐 덕분인지, 요즘 들어 아주 작은 일도 운이 좋다고 느끼게 된다.
내가 횡단보도에 도착하자마자 신호등이 바뀌고, 만석인 기차에서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자리 하나가 딱 비어 있는 일 같은 것들이 갑자기 더 의미 깊어졌다.
별거 아닌 일에도 "나는 운이 좋은 사람" 이라고 주문을 외우듯 스스로에게 속삭이면서, 사소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특별하고 긍정적으로 곱씹는다.

[고요한 계절 속 피어날 희망]

새해의 시작과 함께, 사무실로 한 그루의 작은 생명이 도착했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지만, 대표로 전해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그 마음까지 함께 받는 기분이 들었다.
선물은 동백나무 화분, Camellia 였다.
동백꽃은 겨울의 끝자락이라는 추운 계절 속에서 소리 없이, 그러나 깊고 우아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새해라는 시작점에 이 꽃을 마주하니, 나 역시 동백꽃처럼 강인함을 지니고, 어려운 순간들을 견디며 성장하고, 끝내 나만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작은 희망이 빛을 발할 그 순간을 기다리며, 올 한 해도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다.

[모든 시작의 근본, 건강을 위한 예기치 않은 휴식]

산뜻하게 시작한 새해가 무너진 것은 바로 그 다음 주였다.
감기에 걸려 첫 주부터 연달아 병가를 냈다.
주말을 끼고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아 누우며, 그렇게 침대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괴롭고 아까웠는지 모른다.
책을 펼칠 힘도, 드라마 한 편을 볼 기운도 없어서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몸이 아프면, 정신도 마음도 한없이 작아지는 걸 새삼 느꼈다.
새해의 첫 곡을 듣고 'lucky' 라고 사소한 의미를 부여하든,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나의 몸과 마음을 아끼고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실, 모든 것이 건강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은 내가 건강해야만 운이 좋다고 느끼고, 내가 움직일 수 있어야 나를 기다리는 작은 기적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해에는 무엇보다, 그저 건강하기를 바란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건강했으면 한다.
작은 행운들이 하나씩 찾아오고 쌓여서 큰 행복으로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하지만 그 모든 기반에는 건강이라는 단단한 뿌리가 있기를 바란다.

[취향의 대화]

주말에 남동생 집에 놀러 갔는데 트렌드에 민감하고 늘 새로운 것을 먼저 시도하는 얼리 어답터인 동생답게, 최근 산 것들을 자랑하기 바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작은 파우치였다.
그 안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이것저것 야무지게 정리해두고 다니는데, 보기만 해도 묘하게 정돈된 마음과 실용성의 결합이 느껴졌다.
동생은 'EDC (Everyday Carry)' 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해줬다.
매일 들고 다니는 물건들로 자신의 삶과 개성을 보여주는 아이템들.
동생과의 대화에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책에 대한 그의 관심이었다.
한국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여러 작품 속 짧은 구절들로 엮인 한 책을 해외 배송까지 시켜가며 손에 넣었다고 했다.
이 순간이 아니면 읽기 어려우니, 예능을 보자는 동생의 권유도 단호히 거절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단숨에 다 읽어 내려갔다.
내가 마음에 드는 페이지들은 사진으로 담아두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부분을 사진으로 찍었는지 물어봤다.
동생의 세계를 살짝 엿보며 느낀 건, 결국 모든 취향이나 삶의 방식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What’s in my Bag?' 나 'Room Tour' 같은 영상을 좋아하는데, 단순한 물건 소개를 넘어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색깔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을 고르고, 어떻게 배치하고, 왜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지의 과정 속에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
동생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했다.
나는 내 취향에 맞게 공간을 꾸미거나 물건을 고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동시에 모든 걸 정리하고 단순하게, 최소한의 짐만으로 사는 미니멀리스트를 꿈꾸기도 한다.
늘 그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며, 때로는 ‘어떤게 진짜 나다운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나는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일까, 그리고 그 색깔을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낼 수 있을까?’
동생과 나누었던 짧지만 풍성했던 대화들이 문득 새해의 새로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업무의 미세한 변화로 그려가는 새로운 풍경]

올해 중순, 7월 전에 사무실 이사를 앞두고 있다.
런던 중심부에서 최첨단 신축 상업용 부동산을 임대하고, 내부 공사를 진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롭다.
계약 조건을 검토하고, 예산을 조정하며,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하는 일까지, 하나하나가 신경 써야 할 요소들로 가득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배움의 시간이 되고 있다.
Project Manager 와 Design & Build 업체 사람들과 협업하며면서 오랜만에 업무적으로 영어를 쓰는 것도 반갑다.
영국식 유머를 곁들여 가볍고 유쾌한 대화를 나누다가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핵심을 짚어내며 일하는 영국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효율적이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태도와,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센스 있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
이 모든 것이, 나도 저렇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내 업무 스타일에도 변화를 주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생기는 요즘이다.

[일상 속 실험적인 도전, 뿌듯한 성취]

북쉘프 스피커랑, 남동생이 맞춰준 조립식 데스크탑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처음으로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보는 도전에 나섰다.
처음에는 부품을 어떻게 빼야 할지도 몰라 막막했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니 결국 해낼 수 있었다.
복잡한 부품을 맞추는 과정 속에서 묘한 재미를 느꼈다.
마침내, 컴퓨터가 제대로 켜지고 스피커에서 소리가 났을 때, 그 순간의 짜릿함이란.
계획 없이 맞이한 하루였지만, 예상 외로 뜻밖의 성취감을 안고 마무리한 하루였다.

[마음의 온도를 실은 발자국]

예상 외로 가까이 다가온 다람쥐 한 마리.
내 손에 뭔가 먹을 게 있는 줄 알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살피는 모습이 귀여웠다.
줄 수 있는 게 마땅치 않아서 가방을 뒤적이다가, 유일하게 있던 젤리를 줬다.
과거에 맛있게 먹는 걸 목격한 적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내밀었더니, 작은 앞발로 야무지게 받아들고, 작은 턱을 바삐 움직이며 우물우물 씹는 모습이 묘하게 흐뭇했다.
극 T 성향인 남동생은 '병균 옮는다' 고 단호하게 잔소리를 해댔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논리를 내려두고 그냥 이 작은 동물이 아무런 거리낌과 두려움 없이 내 곁에 다가와 마음을 연 것만으로도 충분히 따스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날까지 액땜 완료]

1월의 마지막 날은 다소 험난했다.
장갑을 끼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기차 좌석에 두고 내려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빗물 고인 웅덩이를 밟아 신발이랑 양말이 흠뻑 젖었다.
축축한 양말을 품은 채 일하기 싫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벗어버렸지만, 맨발로 운동화를 신으니 또 그 나름대로 불편했다.
오후 내내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장 자주 신는 운동화는 어제 엄마가 새하얗게 빨아둔 덕에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장갑도 어차피 잃어버릴 걸 감안해서 저렴한 걸 들고 다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무언가를 흘리고 잃어버리는 날이었지만, 적어도 더 소중하고 비싼 걸 잃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위안을 삼았다.
어쩌면 오늘은, 잃어버린 것과 다행이었던 것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지나간 날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봤다.
이쯤 되면, 이 모든 일이 '액땜' 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1월의 끝에서 얻은 메세지]

1월의 마지막 날 점심으로 간 중식당에서, 설날을 기념해 포춘 쿠키를 받았는데 그 안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THE HEART IS WISER THAN THE INTELLECT (마음은 지성보다 지혜롭다).

1월 내내 계획하고, 사고하고, 판단하며 보냈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논리와 이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예상하지 못한 감정들인 것 같다.
몸이 아팠던 날들의 무력감, 데스크탑 조립을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 다람쥐가 다가왔을 때의 작은 설렘, 축축한 양말을 벗고 나서야 느껴진 해방감 같은 것들.
아마 2월도 그렇겠지.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낄 순간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에픽하이 (EPIK HIGH), 정규 10집 Epik High Is Here 下 (2022)

[철학적 울림, 감성적 반향]

Goin' from wishin' I wasn't born at all to thinkin' I was born for this.
- 에픽하이 (EPIK HIGH), <Here>

요즘, 다시 에픽하이 음악에 빠져들고 있다.
우연히 그들이 출연한 영상을 보게 됐는데, 진지한 음악과 가사에 비해 이렇게 유쾌한 사람들일 줄은 몰랐다.
멤버들끼리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케미와 예상치 못한 유머 덕분에 어느새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는 아티스트 하나에 꽂히면 전 앨범을 통째로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수록곡들까지 깊이 파고든다.
사실 예전에는 그저 알던 노래들이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들어 본다는 느낌이 든다.
에픽하이 음악은 객관적이면서 누구보다 깊이 공감해주는 것 같고, 이성적인 듯 하면서 감성적이고,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꿈을 놓지 않는 가사들로 가득 차 있다 (냉소적 + 철학적).
특히 타블로의 섬세하고 솔직한 가사 한 줄 한 줄이 마음 깊숙한 곳을 찌르듯이 다가와서, 듣다 보면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나의 생각들을 글로 써 내려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편견이 꽤 강한 편인 (?) 우리 엄마마저도 에픽하이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가사에 담긴 진심이 통했나 보다.
어쩌면, 결국엔 머리보다 마음이 더 지혜롭다는 그 포춘 쿠키 속 문장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끝나지 않은 여운]

2월에는 또 어떠한 순간들이 쌓여가고 기다리고 있을까.
올해 가장 아픈 순간도, 가장 귀찮은 날도, 가장 찝찝한 하루도 1월에 다 쏟아냈으니, 남은 11개월은 더 좋은 일들로 채워지길.
아직은 불확실하고, 때론 힘들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나를 더 강하고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갈 거라는 믿음이 있다.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며, 2월은 그 작은 기대감과 함께 마음을 새롭게 하고, 또 다른 가능성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