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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ward Gallery 에서 열린 요시토모 나라 전시.
지금까지 유럽에서 열린 가장 큰 규모의 회고전이라고 한다.
목적 없이 (과제나 일, 리서치 때문이 아니라) 온전한 마음으로 찾은 유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광고를 보며 언젠가 가야지 생각만 했는데, 8월 31일까지라는 소식을 듣고, 끝내 막차를 타듯 서둘러 예매했다.
처음 그 이름을 알게 된 건 중 · 고등학교 시절, 요시모토 바나나 책 표지를 통해서였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두 사람의 이름을 헷갈렸고, 심지어 오랫동안 여성 작가일 거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훨씬 큰 캔버스를 마주했을 때, 그림 속 소녀들이 압도하듯 다가왔다.
켜켜이 쌓인 질감과 텍스처, 빛을 받아 자글자글 반짝이던 글리터.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현장의 숨결이 있었다.
무표정하면서도 몽환적인 시선 속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차갑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내 안의 감정을 대변하는 듯 묘하고 양가적인 감정이 오래 머물렀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림 속에서 자신을 비춰보았다.
봉투나 종잇조각 위에 무심히 끄적여 놓은 일러스트는 화려하지 않지만 강렬했다.
반항적이고 새침한 캐릭터들은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왠지 모르게 투명해서 어여뻤다.
특히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담은 레코드 표지들이 벽 한 면을 가득 메운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없이 붙잡고 쌓아 올리며, 그것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그런 태도가 부럽고, 또 닮고 싶다.
눈이 즐겁고, 마음 한켠을 오래 붙잡은 전시였다.
🎵 Ramones - <Blitzkrieg Bop>
Yoshitomo Nara | Southbank Centre
http://www.southbankcentre.co.uk/whats-on/yoshitomo-nara
YouTube | Inside Yoshitomo Nara's beautiful studio sanctuary in Japan
http://www.youtube.com/watch?v=RSnxRF_3V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