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of a South Korean Dreamer living in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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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 Tank © 2025 min-whale

Friday, 24 October 2025

Coming Home to Myself · 다시, 나에게로

어제는 하루 종일 흐렸다.
하늘은 잿빛 안개 속에 잠겨, 마음도 그 안에 녹아내리는 듯 눅눅하게 젖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랜만에 햇빛이 따뜻했다.
그 이유만으로도 밖에 나가고 싶은 충동이 스며들었다.

시간은 참 야속하다.
별다른 걸 한 것도 아닌데, 하루가 금세 저물었다.
마음은 여전히 어제의 온도에 머물러 있는데, 세상은 늘 한 박자 빠르게 흘러간다.

요즘은 물욕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건 나야' 하고 속삭이는 소품들을 보면 결국 손이 가버린다.
입고 나갈 곳도 딱히 없으면서, 마치 오랜만에 나를 닮은 무언가를 만난 기분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감각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표현하기 위해서다.

90s & Y2K 감성이 가득한 100% wool + 기모 비니와 pewter 장미 브로치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 작은 조합이 오늘의 나를 완성한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나' 라는 선명한 색을 잃고 싶지 않았다.

Charity Shop 에서 악보도 두 권 샀다.
Oasis 기타 악보집은 내가 기타를 칠 줄 알았다면 무조건 샀을 것이다.
남동생에게 사줄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결국 마음만 담기로 했다.
집에 이미 <The Phantom of the Opera> 악보집이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쉽게 편곡된 Easy Adult Piano 버전을 샀다.
그냥 치면 띵까띵까 단순한 곡이지만, 노래를 부르며 반주로 치기엔 나쁘지 않다.
<The Walt Disney Songbook> 도 함께 샀다.
조금은 사용감이 있고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지만, 구성이 괜찮아서 손에 익을 때까지 천천히 쳐보려 한다.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으니 손끝이 낯설고 서툴러, 음 하나하나에 묵은 감정이 깃든다.
나는 아마 완벽주의자라서, 조금이라도 틀리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서일까, 벽에 부딪히면 그냥 아예 멈춰버린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붙들린 채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어쩌면 그건 완벽을 향한 욕심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꽉 찬다.
오늘은 창문 틈새에 피어난 곰팡이를 발견하고, 열심히 닦아냈다.
조용히 무언가를 닦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의 먼지도 함께 걷어내는 일 같다.
다시 하나씩 정돈해가며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중이다.



🎵 Skylar Grey - <Coming Home, Pt. II>

And the blood will dry, underneath my nails (손톱 밑에 스며든 피는, 언젠가는 마르고)
And the wind will rise up to fill my sails (바람이 스며들어, 잔잔했던 마음의 돛을 천천히 채울거야/펼칠거야)

Let the rain wash away, all the pain of yesterday (지난날의 아픔은 빗물에 실려 흘러가도록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