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다.
Apple Pencil 을 선물 받은 지는 꽤 오래됐는데, 그동안 거의 손도 대지 않아 결국 완전히 방전된 채 굴러다니고 있었다.
처음엔 정말 고장 난 줄 알고 당황했는데, 따뜻한 바람을 쐬어주자마자 신기하게 다시 살아났다.
그 희미한 생존 신호가, 다시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을 슬그머니 끌어올렸다.
Traditional 한 재료를 선호하는 나에게 Digital Art 는 조금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왠지 차갑고, 기계적이어서 한동안 가까이할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일부러 거리를 두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조금 다르다.
iPad 를 켜고 펜촉이 화면 위를 미끄러지는 순간 느껴지는 미세한 사각거림이 좋다.
색연필이 종이를 긁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질감, 수채화가 번지듯 색이 겹쳐지는 느낌이 스크린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살아있었다.
수정이 쉽고, 형태를 바꾸기도 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볍게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유연함도 의외로 매력 있다.
아직은 그냥 끄적이는 낙서 정도지만, 그 가벼운 시도들 속에서 잊고 지냈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는 느낌이 있다.
부담 없이 손을 움직이니 오히려 더 솔직하게 선이 이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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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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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15 Rooster From Villeroy & Boch Design Naif Mug |
이번에 올리는 그림은 아주 작은 스케치들이다.
특별한 의도나 큰 의미를 부여하며 그린 건 아니지만, 돌아보면 마음속 어딘가의 상징들이 은근히 배어 있는 듯하다.
첫 번째 스케치는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나를 상징하는 고래가 가장 먼저 나타났고, 올해가 뱀띠라서 그런지 작은 뱀 한 마리도 곁에 자리했다.
다가오는 겨울의 기운 때문인지, 크리스마스 관련 작은 소품들 (트리, 캔디케인, 진저브레드) 도 하나둘 더해졌다.
두 번째 그림은 내가 늘 사용하는 Villeroy & Boch 의 Design Naif Mug 속에 그려진 닭을 나만의 스타일을 살짝 얹어 따라 그려보았다.
iPad + Apple Pencil 을 다시 손에 쥔 요즘, 오래 잠들어 있던 감각들이 조용히 깨어나 되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부드럽게 되살아나는 만족감과 약간의 의욕이 내 안의 세계를 다시 펼쳐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아, 이제는 그 흐름을 조금 더 용기 있게 따라가보려 한다.
앞으로 더 잘 그리고 싶고, 나만의 색을 천천히 찾고 싶다.
이런 그림들을 차곡차곡 쌓아, 언젠가 작은 일기처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완벽할 필요는 없고, 그저 나답게 그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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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 renewal |
그림과 함께 블로그도 새롭게 다듬어 보았다.
로고를 내 손글씨로 바꾸고, 손글씨 느낌의 폰트도 적용했다.
기존에 고래 GIF 대신 이번에 직접 그린 고래 이미지를 넣어 작은 존재감으로 담아두었다.
이미지에는 도용 방지를 위한 copyright 문구도 설정해두어, 사진을 우클릭하면 다음과 같이 뜨도록 설정해두었다:
This image is protected.
© 1992. MK (Min Kyoung) Kim. All rights reserved.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낸 한 걸음, 한걸음이 하나씩 쌓여가는 과정만으로도, 지금은 무척 즐겁다.


